오늘은 암진단을 받은 후 수술시간이 제법 긴 복강내시경을 진행한다고 하신다.
배꼽을 조금 째서 복강경으로 암이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장기들에는 악성종양들이 얼마나 붙어있는지, 사진을 촬영한다고 한다.
필요하다면 부분절제도 진행할 수 있다고 하셨고, 유전자 검사와 조직검사를 위해서 일부 장기들을 잘라야 한다고 설명하셨다. 수술시간은 대략 3시간정도 걸릴수 있으니 폐렴을 대비하여 심호흡 연습을 많이 해두라고만 했다.
보호자 연락처를 기재하라고 한다. 문자로 안내를 해주겠다고 말해주셨다.
수술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노라니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왠지 이것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잘해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가슴이 찢어질듯한 미안함이 눈물을 짜내는듯하다. 나 때문에 나 때문에.. 이런 고통을 겪는것만 같아서 너무나 미안하다.
수술실 들어가기 전에 잠시 대화를 나누라고 시간을 주신다.
손을 꼭 잡고 기도해주며, 잘 받고 나오라고 웃어주었다.
복수가 가득찬 라헬은 숨을 쉬기도 힘들어하는데, 손을 벌벌떨면서도. 잘하고 나오겠다고 한다.
수술실에 들어갔다.
대략 1시간 정도가 되니 문자가 왔다.
준비시간이 그정도 되는가보다. 나중에 말을 들어보니 알코올로 소독을 하는데 수술실이 추우니 너무 추웠다고 한다. 그리고 복수가 가득차있어서 불편했다고 한다.
수술은 대략 1시간20분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회복실로 향했다고 연락이 왔고, 한시간 정도면 다시 병실로 들어온다고 한다. 침이 마른다. 언제 올는지. 괜찮을지..
주치의 임명철 교수님이 전화를 주셨다.
교수님은 짧고 빠르게 설명을 해주셨다.
복강경으로 들어가봤더니, 암세포가 많이 퍼져있습니다. 그래도 예후가 좋게 옹기종기 모여있습니다. 일단 항암을 하시고, 99%녹여낸 후에 타겟팅해놓은 암세포들을 확인합시다. 일단 항암후에 최소절제를 목표로 진행을 해보자고 하셨다. 그리고 일부 세포와 조직을 잘라내서 아마 혈변을 조금 보실거고, 하루이틀은 힘들어하실 수도 있다고 하셨다. 나중에 사진을 보면서 자세한 설명을 주시겠다고 하셨다.
저 멀리 아는 얼굴이 병상에 실려나온다. 가까이 가니 나를 알아본다.
하지만 아직 수면이 깨질 않은 것 같다. 날 보더니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는 듯 했다.
병상으로 옮겨서 자리에 누웠다. 자꾸만 춥다고 한다.
이때 미리 준비한 핫팩을 두어개 터트려서 이불에 넣어둔다. (이때 신체에 가까이 대면 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손수건으로 두른 핫팩을 손에 쥐어줬다. 그리고 발에도 대어주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제사 벌벌떨던게 사라지는듯했다. 계속해서 옆에서 손발등을 마사지해주었다.
그런데 주위를 살펴보니 뭔가 미안했다. 80세 노인분들이 대장암수술을 마치고 회복하시는데 보호자는 아무도 없다. 젊은 나만 앉아있었다.
이제 잠에서 깨어간다. 잠에서 깨면서 한마디를 했다. ‘하나님 너무 아파요’
이날 따라 하늘에서 비가 많이 내렸다. 태풍소식이 있었지만, 병원에서만 지냈던터라 뉴스를 보지 못했는데, 하늘에서도 비가 내리고 우리도 울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복수를 뺐다고 한다. 3500cc의 복수를 뺐다. 상상으로는 구멍을 뚫으니 물이 쏟아진 듯 했지만, 배꼽으로 들어가기 전에 호스를 끼워서 복수를 빼냈던 것이다.
복수가 들어간 배를 보니 이제야 좀 건강해지는 것 같았다. 무슨 수술을 하고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그 모습만으로도 건강해진듯했다. 수술을 회복하는동안의 시간이 굉장히 길게 느껴졌다. 어디도 아프다고 하고, 다른데도 아프다고하고, 낑낑거리면서 혼자 이겨내는 모습은 보호자가 보기에는 너무나 괴로운순간이다. 도와줄 길이 없기 때문이다. 울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계속 눈물만 나고 있다.
그렇게 자다 깨다를 반복하면서 혈압측정과 온도측정등의 분주한 간호사들이 여러번 다녀가신후에 아내가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다. 입술이 너무 마르는데 물도 못마시는 금식중이라서 거즈에 물을 뭍혀서 살살 대주는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잠이 이제 조금씩 깨기 시작했다. 소변줄을 끼워놓고 소변이 얼마나 나오는지 체크하는 모양이였는데, 소변줄이 불편하고 아프다고 울었다. 원래 민감한 체질이기도 하지만, 소변줄이 얼마나 아픈지 고통스러워한다. 간호사와 수간호사가 와서 끼워도 아프다고한다. 그렇게 하룻밤이 지나간다..
뭐라도 해줄 수 없는 보호자는 그저 눈물만 흘리고 기도만 하게 된다.
이 긴 싸움의 끝이 언제날까. 아직 뭘 해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힘들어서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
큰 산을 오르기 전에 이제 가벼운 뒷동산 오르는거니 힘을 비축해두라고 하신 선배들의 말을 기억해본다.
* 유전자검사
유전자 검사비용은 대략 4백만원 정도 됩니다. 사인해주세요.
유전자검사는 항암후에 있을 표적치료시에 부작용이 없도록 사전에 유전자검사를 하는것입니다.
항암주사는 조직검사의 결과에 따라서 개인에 맞춰 주사되는것이기에
유전자검사는 추후 표적치료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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